CRE8TIVE REPORT

Creative Report

2017.01.06~02.18

OCI미술관


물감을 겹겹이 올린 화면을 사포로 긁어 노동의 흔적을 남긴 재료의 실험과 더불어 송윤주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된 요소는 우주의 이치와 원리를 기호화된 이미지이다. 한지와 먹의 물성이 기호와 상징, 재현과 서사, 이렇게 다양한 요소들과 하나의 화면에서 공존한다. 화면의 구성은 최소한의 조형요소로 보이는 기하학적 도형과 기본 색으로 이루어지는데, 작가는 이를 추상이라 설명하기보다는 고대인이 사용한 음양 기호를 통해 만든 '상(象)'이 지닌 의미를 조합하여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추상도 구상도 아닌, 또는 추상이기도 하고 구상이기도 한 이 그림은 매우 단순한 듯 보이지만 독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작품 속의 조형요소의 출처가 유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역〉이며, 오랜 시간 연구해온 작가의 내공을 짧은 시간 동안 따라잡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역의 사상을 담고 있는 음양 기호를 사용한 가장 쉬운 예는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대한민국 땅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태극기가 바로 대자연의 원리를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과 양의 조화를 상징하는 태극을 중심으로 각 모서리의 네 개의 괘는 음과 양이 서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으로, 건은 하늘 곤은 땅 감은 물 리는 불을 각각 상징한다.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에서 믿은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4원소 -물 불 공기 흙- 과도 통하는 이야기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음과 양의 부호를 조합하여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8괘를 이루고, 이들이 서로 '관계맺기'하여 우주 자연의 본질, 변화, 관계 형상을 64가지로 펼치고, 매 가지에는 6개의 잎을 달고 있다."

예술을 공부한 사람은 몰라도 주역을 공부한 사람은 이해한다는 〈이상세계(以象世界)〉의 구성 원리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음+양+양=바람(☴), 양+음+음=번개(☳), 음+음+양=산(☶), 양+양+음=연못(☱), 양+음+양=불(☲)... 이런 식으로 음양 기호는 자연 현상을 가리키는 기호가 된다. 여기에 부가적인 요소 -색과 크고 작은 원- 이 더해져서 의미가 더욱 확장된다. 예를 들면, 사각의 괘가 원과 합쳐져서 '가족', '솥', '동지' 같은 보통명사, '포용', '가능성', '정열' 등의 추상명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의미의 조합과 변화를 통해 괘는 상형이 되고 종국에는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동양철학에 근간한 방법론이 작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