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및 작품세계 소개

송윤주의 회화 작업은 중국 상고시대의 상징 체계에 착안하여 ‘기호 이미지’라고 부를 수 있는 간소하면서도 함축적인 조형 단위를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2002년의 첫 개인전 《소(素)》이후 한동안 회화의 바탕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다. 송윤주 회화의 바탕은 흰 색조로 일관되는데, 그의 흰 바탕은 남겨지는 여백이 아니라 채워지는 본체에 가깝다. 흰 바탕이 마련된 이후에야 그림이 가능하다는 ‘회사후소(繪事後素)’를 문자 그대로 회화적 명제로 구현하려는 듯, 작가는 바탕 자체를 공들여 제작한다. 그는 첫 네 차례의 개인전에서 바탕과 흰색을 아울러 뜻하는 ‘소(素)’를 표제로 삼아, 바탕의 물성은 물론 바탕과 형상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송윤주는 다섯 번째 개인전 《문자연(文字宴)》(2009)부터 상형문자를 조형 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개인전 《문자산수》(2011)부터 자연과 도시 그리고 별자리 등을 특유의 기호 이미지로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형식과 의미 모두가 그가 지향하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상세계(以象世界): 상으로 본 세계》(2015) 이후로는 주역 의 괘(卦)와 괘상(卦象)을 모티프로한 작업을 병행해 왔다. 작가가 상형문자와 괘상을 조형의 원천으로 삼는 것은 그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박사학위논문『괘상과 상형문자를 통한 생활세계 표현 연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림, 기호, 문자로 분화되기 이전의 시원적 형상 체계를 현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환하기 위해서이다. 나아가 그는 형상이 삶과 세계의 요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겼던 고대의 의미 작용을 자신의 작업 속에서 새롭게 작동시키고자, 원형적 기호 이미지를 주요한 조형 언어로 구사하여 현대적 사회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송윤주는 기호처럼 단순한 형태를 띠면서도 그림보다 풍부한 의미를 내포한 기호 이미지를 화면에 펼쳐, 자신이 인식하고 염원하는 세계의 축도를 구성한다. 그는 최근 개인전 《마치 있는 것처럼[如在]》(2025)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호 이미지를 바탕으로 고대와 현대, 삶과 죽음, 인간과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적 세계관을 ‘제의적 회화’로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