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素)-풀기
So-Undo
2007.07.18~07.30
담갤러리
나의 작업은 종이를 접어 가위로 오리고, 손으로 얼기설기 형태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장지 위에 흰색 안료를 얇게 덧바르고 두터워진 표면을 송곳으로 다시 파서 화면 위로 부조시킨다. 종이로 입체적인 형체를 만들고 이를 다시 평면에 옮기는 이 작업은 현실적인 형상(기성의 사물)을 만드는데 치중되지 않고, 나의 손끝에서 시작된 상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완성된 형상은 평면의 화면 안에서 얼기설기 끈들로 묶여진 형체로 다시 일어선다. 기존의 평면회화 작업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나름의 해법이다.
내가 만든 형상은 구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 나는 대상을 파악하는 모든 작업이 눈에 의존하는 것, 존재가 ‘시각적인 읽힘’에 의해 규정되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눈에 의해 보이는 대로만 규정되고 단정되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내가 그리는 대상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것들은 마치 어떤 공간에 압도적인 입체조각 작품이 놓여 있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존재한다. 나의 이런 설정은 평면 위로 부상하는 대상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며 감상자가 이를 더 주목하기를 바란 것이다. 조각 작품의 물성(物性)에서 오는 물질적 속성과 입체감을 화면에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작가가 독특한 작업 스타일로 그림을 말하는 일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작업은 ‘회화’에 대한 당위성이 되며 나만의 언어다. 그런 까닭에 작업 때마다 깊어지는 고됨과 부대낌에도 송곳의 날은 무뎌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