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연(文字宴)
2009.12.16~12.24
Feast of Characters
아트사이드갤러리
‘문자연(文字宴)’이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전시는 2002년 첫 개인전 이래, 섬유질적인 형상이 주를 이루는 송윤주의 작품들과 비교해 보면 그 어느 때 보다도 활기차다. 종이 위에 안료로 여러 겹 표면 처리를 한 후 긁거나 그려서 만들어진 형상은 바탕과 형태에 대한 실험을 거쳐 잔치로 집약되는 인간사를 들려준다. 작품은 기하학적 형상부터 유기적 형상까지, 그리고 칠한 것이 지워진 희미한 흔적으로부터 화면 밖으로 굴러 나올듯한 입체 형태까지 다양한 층위를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자의 도입이나 인간사의 주요 결절점을 이루는 제의적인 주제를 통해 서사가 적극적으로 도입된다. 서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글을 쓸 때와 같은 선적 요소인데, 이 요소는 벽화나 전각에서와 같이 붓의 날렵함 대신에 두터운 물질의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작업의 산물이다. 무엇보다도 선은 동양화의 근본을 이루는 요소이며, 이 전시에서 동양 고대의 상형문자들을 변형시킨 모티브들과 조응한다. 잔치를 주관하는 주인공들의 형상은 가는 종이 뭉치로 만든 모형에서 출발했는데, 그 형상은 ‘아들 子’의 고대적 형태로부터 온 것이다. 섬유다발 형태로 매듭지어진 다양한 세대의 인간군은 연한 색이 칠해진 평면적 바탕에서 입체적으로 두드러진다.
‘바탕 素’를 주제로 한 첫 개인전 이래, 두텁게 처리된 평면을 긁어서 만든 선의 다발들은, 2006년 공화랑에서의 3회 개인전에 출품된 [素-象]시리즈 등을 통해 바닥으로부터 일어나 이합집산하면서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태를 가지기 보다는, 식물이나 동물적인 요소들이 내포된 ‘비결정적 형상’(전시부제)이었다. ‘비결정적 형상’은 점차 우주선이나 에이리언 같은 그로테스크하고 외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형상으로까지 변모를 거듭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의 다발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형태들이 내포할 수 있는 의미를 인간의 삶에 적용시킨다. 매듭지어지고 풀어진 다발들은 그 자체로 인간의 희로애락의 표정을 담고 있다. 조형적 형태에 글자가 가세하면서 이중의 공명이 발생하고, 화면은 관객에게 중층적인 독해를 요구한다. 문자를 단지 조형적이고 장식적인 차원에서 배열한 것이 아니라, 작품 내용과 긴밀하게 연관시킨다. 이로서 문자(書)와 그림(畵)의 결합이라는 전통은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는다. 기호화된 인간과 최초의 상형문자인 전서체는 어디서부터 이미지이고 어디서부터 문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서로 스며든다. 이러한 스며듦을 통해 형태와 의미는 서로 상승되면서 풍부해진다. 울퉁불퉁한 철선묘가 살아있는 파여진 인간 형상은 입체감이 나고, 그려진 문자의 경우 사포로 갈아 흐릿하게 처리하여 수묵이나 깊이감이 있는 회화적 화면을 연출한다.
가루 안료와 아교로 수십 차례 올려가며 만들어진 층과 주름으로 형성된 물질성은 인간의 감정이나 몸에 공히 적용될 수 있으며, 문자적 이미지가 스며들거나 배어나오는 배경과 함께한다. 한 화면에 다양한 형식들이 어우러져 있으며, 인간 형상 뿐 아니라 문자 역시......(→Article)